히어로 영화의 빌런은 중대사
매력적인 빌런은 히어로 영화 성공의 잣대가 된다
히어로 영화에는 늘 상 그렇듯 세상을 파괴하려는 빌런들이 존재한다.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은 세상을 구하려는 히어로들이지만, 히어로들이 빛나기 위해서는 빌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때론 아이러니하게도 빌런이 주인공보다 더 인기가 많아지기도 한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이 그 모범 사례다.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은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주요 키 역할이자, 히어로들을 성장시키고 고뇌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때문에 더 매력적인 빌런을 만드는 것이 이야기의 재미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런이 극악무도하게 히어로들을 괴롭힐 수록 영화의 인기는 올라간다. 실패한 히어로 영화들을 보면 카리스마 있는 빌런의 부재는 늘상 주요한 실패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빌런이 실패한 엑스맨 영화
엑스맨의 새 시리즈인 '아포칼립스'에서는 제목 그대로 '아포칼립스'라는 빌런이 나온다. 어벤져스에게 '타노스'라는 우주적 빌런이 있듯이 엑스맨에게도 강한 빌런을 만들어주자는 목적으로 탄생하였다. 아포칼립스는 최초의 뮤턴트이기에 온갖 사기적인 능력을 다 갖추고 있어서 엑스맨 전체의 힘과 맞먹는다. 게다가 다른 빌런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수하들까지 데리고 다니기에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어벤져스에게 '타노스'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꽤나 기대되는 에피소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엑스맨 최대의 적과 싸우는 에피소드이기에 응당 빅재미를 선사해야만 한다. 아마 제작자 측에서도 공을 들여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꽤나 시시한 영화로 정리할 수 있다. 영화를 시시한 느낌으로 전락시킨 주요 요인은 역시나 빌런의 문제였다. 영화 속 아포칼립스는 전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엑스맨에게 큰 위기감을 안겨주지도 않았다. 영화에 들어간 화려한 CG와 추억의 엑스맨들이 다시 나오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꽤나 긴편인데 대부분 소소한 갈등과 아포칼립스 탄생과 그가 성장해가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기대했던 전투씬이 상당히 적다.
아포칼립스… 세계를 정복할 마음이 있긴 한건가?
영화를 보면서 진지하게 아포칼립스가 세계를 정복할 마음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그인데 하는 짓을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현세에 눈을 뜨자마자 수하들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죄다 약해빠진 친구들이다. 엑스맨은 날씨를 조종하고 눈에서 빔을 쏘아대는데, 정작 아포칼립스가 만든 수하들이라고는 강철 날개와 검사 등등이라는게 어이없다. 이왕 수하들을 만들거면 좀더 강력한 애들로만 골라서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었다.
게다가 자신이 무척이나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싸움에서 뒷선에 물러나 있다. 도대체 자신의 수하들의 뭐를 믿고 물러나 있는건지 알 수 없다. 자기가 처음부터 직접 다 부수고 다녔다면 쉽게 이기지 않았을까 싶다. 엑스맨들이 자신을 이겨주길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본인이 직접 엑스맨을 상대하는 것도 영화의 후반부에나 나오는데 꽤나 강력한 빌런이고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엑스맨들과 친히 놀아준다. 마치 핸디캡을 가지고 싸워주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정도면 과잉 친절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이런저런 요인들이 맞물려 결과적으로 밑밥만 잔뜩깔았지 딱히 활약도 없는 빌런이 되어버렸다. 말만 거창하게 하고 여러가지 효과만 번쩍이면 보여줄 뿐 빌런 자체의 임팩트는 약하다. 오히려 아포칼립스의 수하로 들어간 매그니토가 훨씬 더 제대로된 악당처럼 보일 정도이다. 원작에서는 능력의 하양을 먹고 엑스맨과 매그니토한테 여러번 털리는 아포칼립스이지만, 영화서만큼은 멋지게 그려줬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부족한 액션과 사라진 긴장감
액션은 어디다가 팔아먹은걸까?
이 영화의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액션이다. 히어로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히어로들과 빌런들의 화끈한 액션이다. 다양한 능력을 사용해 싸우는 게 메인 디쉬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을 상당히 줄였다. '퍼스트 클래스'에서는 확실히 액션을 줄이고 엑스맨 초창기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공적인 스토리 텔링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확실한 메인 빌런이 존재하고 강대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주요 이야기 이기 때문에 깊이있는 이야기 전개는 맞지 않다. 엑스맨이 단합해 적과 싸우는 걸 주요 이야기로 삼아야 한다. '어벤져스 1'가 모범 사례다.
영화는 줄 곧 각각의 히어로들에 대한 속사정, 과거사 들과 아포칼립스의 과거사, 수하만들기 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거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이 이와 같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고 보면 된다. 본인도 엑스맨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영화 중반부에 가서는 지루한감이 있었다. 계속해서 인물설명서를 읽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좀더 액션을 비중있게 다루었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사라진 긴장감
히어로 영화에서는 나름의 긴장감 유지도 중요한 요소이다. 빌런과 히어로과 밀고 당기며 긴장감을 유지해 줘야 한다. 히어로들은 늘상 죽을 위기에 처하고 세상을 멸망에 한발 다가가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빌런들의 카리스마 부재와, 루즈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이 위기에 처하긴 했는데, 위기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특히나 루즈하게 전개를 진행하다가 막판에 와서야 피닉스 포스 하나로 모든걸 끝내버리는 게 우습기 까지 하다. '일단 매듭짓긴 했잖아?'라는 느낌이 강하다. 끝을 위해서 끝낸 느낌이랄까.
총평
킬링콘텐츠가 없는 엑스맨
히어로 팬들은 모두 알겠지만 마블에서 엑스맨은 상당한 인기를 자랑한다. 엑스맨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재미난 이슈들이 많다. 엑스맨이 여러번 성공적으로 영화를 만들긴 하였지만... 최근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벤져스의 성공으로 인해 엑스맨이 가려진듯한 느낌이다. 엑스맨 팬으로써 상당히 아쉽다. 엑스맨 고유 캐릭터로 어벤져스 같이 이야기를 풀어가도 좋을 듯하다. 로건이 그 모범사례다.
최근 작인 퓨처패스트와 아포칼립스 모두 7.9, 6.9의 평점을 기록하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DC가 그렇지만 아무리 원작에서 인기 몰이를 했던 캐릭터라 할지라도 몇번의 영화가 망하고 나면 사람들이 다시 그 영화를 찾지 않을 수 있다. 반지닦이, 정의닦이 그리고 자살닦이로 이어지는 DC를 보면 그 암담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엑스맨 시리즈의 킬링 컨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미스테리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웹 소설 _ 괴담호텔 탈출기
어느날 호텔에서 눈을 떠보니 각종 괴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는 노벨피아의 작품이다. 22년도에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800화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이 웹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흔히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 3대장과 판타지 무협 대체역사와 같은 메이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와 성장물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섞인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 내부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상 공간이 아닌 듯한 호텔 속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탈출하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층마다 존재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 무언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은 전전하며 그 속에 기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의 위협을 해결해 나간다. 각 방은 서로 다른 미스테리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설정도 배경도 시대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은 방을 해결해 나갈 수록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게 되고 성장해 나간다.
판타지, 무협이 아닌 미스테리 장르
‘괴담호텔 탈출기’는 메이저 장르가 아닌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웹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죄다 판에 박힌 양판소 소설(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많다. 시장 자체가 산업화 되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비슷한 내용에 살짝의 변주만 주고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순위권 웹 소설 몇개를 보고 나면 흐름이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질릴 수 밖에 없다.
양판소 소설에 비해 괴담호텔 탈출기는 꽤나 색다르다.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나 도구들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판타지나 무협에서 보던 것들과 다르다. 설화 속이나 괴담 속에서 나올 법한 능력과 도구들에 가갑다. 독특한 점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인데 불교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아서 읽다보면 어려웠던 불교 개념들이 이해가 되곤 한다.
상황과 세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나오는데 그부분도 신선하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볼법한 딜레마나 문제들이 얽혀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결말로 나와 있어서 나만의 해법을 고민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워낙 꼬인 상황들이 많아서 딱히 이렇다할 정답도 없는 경우가 많다.
괴담호텔 탈출기 _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를 잘 살린 웹 소설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