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콘코드(concord)의 실패는 진짜 캐릭터 때문일까?

콘코드의 실패 원인으로 주목되는 캐릭터

사실상 서비스 종료를 이야기한 콘코드

2024.09.06을 기점으로 콘코드의 잠정적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오프라인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구매한 사람들에게는 전액 환불을 해준다. 8년의 개발기간을 소모한 AAA급 게임 중 가장 빠른 종료다. 여러모로 게임사에 한획을 그은 타이틀이 되었다. 시장에서 내린 성적표는 말 그대로 처참한 실패다. 조롱만 당하다가 종료를 한셈이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캐릭터 문제, 그게 다일까?

콘코드(concord)의 실패로 모두가 캐릭터를 말한다. 콘코드는 개발단계부터 뚝심있게 PC(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우며 평범한(?)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기존 게임에서 제시한 캐릭터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미형의 캐릭터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단한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매력 하나 없는 그런 캐릭터들 말이다. 모두가 그 캐릭터들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목하지만 단순히 캐릭터만의 문제일까?

물론 캐릭터의 영향도 있다

영웅적인 모습을 꿈꾸는 건 당연하다

캐릭터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 PvP 장르를 플레이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캐리하는 자신의 영웅적인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적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력을 통해 승리하는 과정은 짜릿한 도파민을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자신의 영웅적 모습이라는 점이다. 다들 한번쯤 머릿속으로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때 자신의 모습이 평범한 모습이었나? 아닐것이다. 강한 힘을 가진 미형의 모습일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는 모두 타인과 다른 영웅적인 개인을 꿈꾼다.

미형의 모습이란 사실 이상적이고 건강한 신체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PvP 그것도 하이퍼 FPS 장르인 콘코드에서 ‘평범함’을 강조한 캐릭터들을 낸 것이 패착이 맞다. 우리는 영웅이 되고 싶은 것이지 길 거리 행인 1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이건 본능에 가깝다. 이빨 빠지고 흉측해진 사자가 무리를 이끄는 영웅이 되는 모습이 상상이 가는가? 건강이 심히 염려되는 아저씨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이 상상이 가는가? 인간도 동물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형의 모습은 사실 이상적인 건강한 신체에 가깝다. 당연히 경쟁 게임에서는 그런 모습을 꿈꾸지, 일상에 찌든 행인의 모습을 꿈꾸지 않는다.

경쟁작을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요소가 없다

콘코드에 없는 것은 차별성이다

캐릭터를 빼고 게임을 보자. 웰 메이드 게임은 맞다. 게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근 나오는 트리플 A급 게임들이 초기에 테스트 버전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게임들에 비해서 게임자체는 잘 만들어졌다. 타격감도 나쁘지 않고 최적화도 적당하다. 그래픽도 여러 사양의 컴퓨터에 맞춰 최대한 뽑아낸 모양새다. 캐릭터와 더불어 게임 시스템 자체도 평범함을 기준으로 한다면 만점에 가깝다.
문제는 차별성이 없다. 지독하리만큼 평범하다. 콘코드만이 가진 독특한 스킬, 연계, 경쟁 방식, 맵 등이 없다. 말 그대로 평범하다. 이 부분에서도 개발자의 철학이 들어갔다고 들었다. 특별한 스킬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싸우는 그런 FPS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 게임이라면 차라리 하이퍼 FPS가 아닌 현실을 배경으로 한 FPS를 만드는게 옳지 않았을까 싶다.

시장은 냉정하다. 차가우리만큼.

시장은 냉정하게 평가를 내린다. 캐릭터의 모습은 분명 비호감일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이 말도 안되게 재미있다면? 사람들은 그 게임을 플레이할 것이다. 초반에는 인기를 못 끌지라도 각종 리뷰 영상에서 극찬을 하며 갓게임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게임=재미’라는 본질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마케팅 수단도 한정적이었고 소식도 느리게 전파되었다. 그러나 최근 SNS의 발달로 인해 본질만 충실하다면 빠르게 입소문을 탈 수 있는 환경이다. 특히 거대 자본이 들어간 게임이라면 그 입소문을 위한 마케팅 자금도 충분할 것이다.
콘코드가 실패한 것은 캐릭터 때문이 아니다. 초반의 실패와 조롱은 캐릭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 실패는 게임 그 자체의 문제다. 게임이 줘야 할 본질적인 재미를 잊은 채 ‘평범한 캐릭터가 차별성’이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쳤기에 실패한 것이다. 콘코드와 같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그들의 사상도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의 재미를 보장한 상태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재미있는 게임에 평범한 캐릭터를 넣고, 재미있는 게임에 사상을 넣어야한다. 재미없는 게임이지만 캐릭터와 사상만으로 특별함을 느껴보세요는 말이되지 않는다.

콘코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을 잊은 채 말하는 특별함

콘코드가 크게 실패하면서 조명을 받긴 했지만, 이 문제는 다른 콘텐츠에도 보여진다. 본질을 잊은 채 특별함을 이야기하려는 서비스들이 많다. 채팅조차 제대로 안되면서 특별한 기능을 소개하는 채팅 서비스가 오래갈 수 있을까? 제대로 구매도 안되는 쇼핑몰에 AR/VR 기능을 넣었다고 잘팔릴 수 있을까? 특별함은 어디까지나 본질을 충족시키고 나서의 문제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은 오늘날에와서도 진리다.

사람들이 왜 소비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얼웨이즈 대표가 말한 갈망이론이 있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갈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 갈망을 채워주는 것이 서비스와 콘텐츠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콘코드가 노렸어야 할 잠재적 플레이어들은 영웅이되고 싶은 갈망이 있다.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멋진 모습을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들의 갈망에 맞춰 제작했다면 콘코드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
최근 퍼스트 디센던트 논란도 그렇다. 루트 슈터 장르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갈망을 이해하지 못한다. 폐지 줍기 게임이라고 불리는 루트 슈터 장르는 아이템을 줍고 성장하며 자신만의 빌드를 만드는 게 즐거움이다. 파밍 게임의 형태는 달라져도 이 근본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디아블로2가 이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했고 성공적으로 구현해내었다. 개발자 인터뷰에서 말하길 그들은 어느새 게임이라는 잭팟 기계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루트 슈터는 그런 장르다. 이 부분을 충족하고 나서 다른 곁가지를 붙이는게 옳은 방향이다.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고,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최근 본질을 잊은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것은 너도 나도 말하고 싶은 사람만 있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자 하는 욕망만 가득한 것이다. 말은 금이라고 하였는데, 어느새 자기 PR 시대를 넘어 이제는 남의 말을 안 듣는게 금인 시대가 되었다. 자신의 말은 하고 싶고, 남의 말은 듣기 싫은 결과 나오는 결과물이 콘코드와 같다고 생각한다.
 | Main Page | Category |  Tag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