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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호텔 탈출기 _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를 잘 살린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 총평
회.빙.환과 양판소 소설에 질렸다면 독특한 매력을 주는 괴담호텔 탈출기를 추천
시원한 전개와 뽕맛을 좋아한다면 비추
삶과 세계에 대한 고찰에 매력을 느낀다면 강추

미스테리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웹 소설 _ 괴담호텔 탈출기

어느날 호텔에서 눈을 떠보니 각종 괴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는 노벨피아의 작품이다. 22년도에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800화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이 웹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흔히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 3대장과 판타지 무협 대체역사와 같은 메이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와 성장물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섞인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 내부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상 공간이 아닌 듯한 호텔 속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탈출하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층마다 존재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 무언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은 전전하며 그 속에 기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의 위협을 해결해 나간다. 각 방은 서로 다른 미스테리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설정도 배경도 시대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은 방을 해결해 나갈 수록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게 되고 성장해 나간다.

판타지, 무협이 아닌 미스테리 장르

‘괴담호텔 탈출기’는 메이저 장르가 아닌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웹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죄다 판에 박힌 양판소 소설(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많다. 시장 자체가 산업화 되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비슷한 내용에 살짝의 변주만 주고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순위권 웹 소설 몇개를 보고 나면 흐름이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질릴 수 밖에 없다.
양판소 소설에 비해 괴담호텔 탈출기는 꽤나 색다르다.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나 도구들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판타지나 무협에서 보던 것들과 다르다. 설화 속이나 괴담 속에서 나올 법한 능력과 도구들에 가갑다. 독특한 점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인데 불교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아서 읽다보면 어려웠던 불교 개념들이 이해가 되곤 한다.
상황과 세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나오는데 그부분도 신선하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볼법한 딜레마나 문제들이 얽혀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결말로 나와 있어서 나만의 해법을 고민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워낙 꼬인 상황들이 많아서 딱히 이렇다할 정답도 없는 경우가 많다.
등장인물들 각자가 꽤나 매력적이다.

강해짐에 대한 새로운 정의

‘괴담호텔 탈출기’에서 독특했던 것은 성장물인데 기존의 성장물과 다르다는 점이다. 기존의 성장물은 무력적인 강함을 많이 제시한다. 더 강한 힘을 얻고 더 강한 사람을 상대할 수록 성장했다고 보는 것이다. RPG식 성장에 가깝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정신적 성장을 주요하게 다룬다. 깨달음을 통해 인간이 가진 한계를 벗어나 보다 초인적인 시선과 세계관을 만들어갈 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투씬이 멋지거나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진정한 성장르 보는 느낌이다.
해당 방식의 강해짐을 볼 수 있었던 다른 소설은 ‘전지적 독자시점’이라는 소설이었다. 물론 ‘괴담호텔 탈출기’와는 다르게 ‘내가 만들어낸 역사’에 따른 영향력이지만, 한 개인이 성장해서 강해지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같다. 무력을 통해 흔히 말하는 ‘뽕맛’을 제공하는 소설도 좋지만 이처럼 우리가 더 초월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가에 대해 고찰이 담긴 성장도 좋다.

잦은 화자의 변경과 헷갈리는 서술

‘괴담호텔 탈출기’를 보며 가장 문제라고 여겼던 부분은 화자에 대한 부분이다. 한 회차 분량이 진행되면서도 몇번이나 화자가 바뀐다. 정해진 화자로 한두번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 속 주인공들 모두가 돌아가며 화자가 된다. 화자가 바뀔 때마다 해당 화자의 이름을 띄워주기도 하지만 따로 강조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읽다보면 화자를 놓치기 쉽상이다.
초반을 지나 중후반에 가면 점차 인물들의 구분이 어려워 지는 순간이 온다. 주요 캐릭터를 빼면 특징이 많이 사라지고 역할도 줄어들다 보니 화자로 등장해도 특색이 없어서 구분이 안간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화자를 여러명 배치한 듯 한데, 점차 캐릭터의 쓰임새가 줄어들다보니 해당 연출 방식이 걸림돌이 되는 느낌이다.

상상이 쉽지 않은 각종 상황들과 전투

앞에서 말했던 ‘독특함’이라는 장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해당 웹 소설은 독특하다. 따라서 상황들도 해당 세계관 속의 고유 명사를 많이 쓰고 전투 방식도 관념적 전투가 많다. 웹 소설이 아니라 일반 소설이었다면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세계관을 구축했겠지만, 웹 소설이다 보니 대략적인 서술과 함께 복잡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이해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직관성이 떨어진다. 맥락적으로 내용이 이해는 가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상상해보라고 하면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한가인이 누군가와 싸웠고 특정 능력과 도구를 사용하는 중이다’라는 맥락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한가인이라는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싸웠는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떠올리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내용도 직관적이지 않은데 서술되는 전투도 해당 세계관에서 직관적이지 않다. 소설 속 주변 인물들이 자신도 이해 못하는 내용을 화자로써 전달하고 우리는 그걸 또 직관적인지 않은 서술이라는 필터로 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괴기함

‘괴담호텔 탈출기’를 처음 접하면 ‘괴기하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초반 호텔 방들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꽤 괴기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괴기함과 미스테리함은 독자의 상상력에 좋은 시너지로 작용한다. 앞에 무언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무서우면서도 궁금한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장점이 사라진다.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로 빠지면서 호텔 방은 괴기하다보기 보다는 얽힌 실타래와 같이 변한다. 미스테리한 상황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답을 찾던게, 얽힌 실타래를 이리저리 푸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분위기가 변하는데는 주인공 일행의 성장도 한몫 한다. 꽤나 성장한 주인공 일행 덕분에 호텔 방에서 큰 위험이 있어도 결국 해결하겠다는 인식이 자리하는 것이다. 특히나 주인공인 ‘한가인’이 성장하면서 치트키 급 능력들을 많이 얻다보니 상황 자체가 심하게 꼬이지 않는다. 갈수록 위기감은 결여되고, 그와 동시에 이야기의 흥미도 줄어든다. 그렇다보니 각 호텔 방 속 이야기의 매력만으로 해결을 봐야 하는데, 이 조차도 괴기함이 사라지니 재미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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