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 고어 + 커뮤니티식 개그?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TS, 고어, 커뮤니티식 개그이다.
주인공이 무협 게임 속으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임 속 세계라고 했지만 게임을 활용한 타 웹 소설에 비해 게임 시스템이 많이 등장 하지 않는다. 주인공도 본인이 가진 ‘시스템’의 힘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시스템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록 정신이 혼란스러워진다는 특성 때문에 ‘무협’ 그자체에 집중하려 한다.
주인공은 남자인데 게임속 캐릭터를 여자로 만드는 바람에 여자인 상태로 무협 세상에 던져진다. 또한 많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천살성’을 가지고 있어 피와 폭력을 사랑한다. 대부분은 싸움을 즐긴다 정도의 묘사지만 이 웹소설은 피와 뇌수의 범벅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성향이 혼돈 선 정도로 보여지는데 그 때문에 고구마는 없다. 다만 말 싸움을 하는 장면이 꽤나 나오는 데 대부분의 드립이나 비꼬는 방식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가볍다면 가볍고 재밌다면 재미있는데, 계속되는 커뮤니티식 드립과 싸움은 그다지 유쾌하진 않다.
빈약한 메인 스토리로 인한 허무함
이야기를 각 에피소드 별로 설명할 수는 있겠으나 큰 줄기를 이루어야할 메인스토리가 없다. 대부분의 서사는 주인공의 목적 없는 여행 끝에 만난 기연이다. 기분따라 여정따라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이런 식이다 보니 중반을 넘어서면 옴니버스 구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서사가 쌓이는 데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목적의식이 없으니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과 같다. 회차가 쌓일수록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이야기보다는 단편적인 ‘썰’에 가깝다. 분명 매편 재미는 있는데, 다음이 궁금하지 않다. 밝혀지지 않는 떡밥들과 주요한 흐름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호기심’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보니 이야기를 건너 뛰며 읽어도 흐름을 잃지 않는다.
입담과 상황연출의 힘이 소설을 읽게 만드는 매력
이야기 진행의 7할은 주인공 서문청의 말재간이다. 대부분 주조연들과 혹은 악인들과 입담을 겨루는 식이다. 주인공인데다가 정파의 무인임에도 불구하고 욕을 섞어가며 입씨름을한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볼법한 각종 말장난을 이어간다. 그런 대화 내용이 허를 찌르는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만 해도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다른 소설들에 비해 꽤 많은 주조연을 등장시키고 각각의 캐릭터도 살아있어서 말의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의 행선지에 따라 매번 헤어지고 만나는 주조연들이지만 그래도 인상깊은 대화를 남기는 역할정도는 한다. 독자들중 상당수는 이 대담을 보기 위해서 소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미친년이 뭔지 보여주니깐 말이다.
풍부한 중원에 대한 묘사
중원 배경에 대한 묘사가 꽤나 상세하다. 지리적 위치, 음식, 문화에 대한 묘사가 많다. 다른 소설들에서 어물쩍 넘어가는 부분들을 꽤나 길게 묘사한다. 작가가 중국과 무림에 대해 꽤나 아는바가 많은 듯하다. 해당 부분의 묘사들과 문화를 보고 있으면 중원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특히나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은데. 주인공 서문청 자체가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각 지역별 유명 음식들을 섭렵한다. 무협소설에서면 늘 나오는 점소이로 시작한 천편일률적인 음식들과 다르게 정말 가지각색의 요리를 먹는다. 가끔은 요리를 먹는 방법도 묘사되어 있어 이게 미식 소설인가 할 정도이다.
TS, 주조연과 같은 주인공 외의 요소들이 가지는 빈약함
소설에는 종종 떡밥이 등장하는데 정작 주인공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질 않는다. 독자들은 그저 그런 일이 있구나 정도의 생각이들 뿐 그 떡밥에 대해 궁금해 지지 않는다.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메인 스토리의 빈약함을 제외하고도 가지는 문제점이 이런 부분이다.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이 되었음에도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고 보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여성이 되었음 자각하는 내용도 정체성을 고민하는 장면도 없다. 수 많은 주조연이 등장하지만 그 주조연과의 얽힘도 적다. 주인공의 특정 행동을 위한 트리거 역할만 할뿐 개개인의 스토리나 묘사가 전무하다.
가볍게 읽을만하지만 빠져들기 쉽지 않은 소설
‘이 무림의 미친년은 나야’는 고구마 없는 진행과 무대뽀 주인공 설정으로 인해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무협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재미있는 입담으로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다만 없다시피한 메인스토리로 인해 옴니버스 식 구성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에피소드가 거듭될 수록 지루함이 커진다. 가볍게 볼만한 웹 소설을 찾는다만 추천할만한 소설이다.
미스테리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웹 소설 _ 괴담호텔 탈출기
어느날 호텔에서 눈을 떠보니 각종 괴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는 노벨피아의 작품이다. 22년도에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800화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이 웹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흔히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 3대장과 판타지 무협 대체역사와 같은 메이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와 성장물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섞인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 내부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상 공간이 아닌 듯한 호텔 속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탈출하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층마다 존재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 무언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은 전전하며 그 속에 기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의 위협을 해결해 나간다. 각 방은 서로 다른 미스테리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설정도 배경도 시대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은 방을 해결해 나갈 수록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게 되고 성장해 나간다.
판타지, 무협이 아닌 미스테리 장르
‘괴담호텔 탈출기’는 메이저 장르가 아닌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웹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죄다 판에 박힌 양판소 소설(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많다. 시장 자체가 산업화 되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비슷한 내용에 살짝의 변주만 주고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순위권 웹 소설 몇개를 보고 나면 흐름이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질릴 수 밖에 없다.
양판소 소설에 비해 괴담호텔 탈출기는 꽤나 색다르다.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나 도구들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판타지나 무협에서 보던 것들과 다르다. 설화 속이나 괴담 속에서 나올 법한 능력과 도구들에 가갑다. 독특한 점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인데 불교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아서 읽다보면 어려웠던 불교 개념들이 이해가 되곤 한다.
상황과 세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나오는데 그부분도 신선하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볼법한 딜레마나 문제들이 얽혀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결말로 나와 있어서 나만의 해법을 고민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워낙 꼬인 상황들이 많아서 딱히 이렇다할 정답도 없는 경우가 많다.
괴담호텔 탈출기 _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를 잘 살린 웹 소설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