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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 _ 설명이 필요한 개그는 실패한 개그다

마블의 복귀를 알리는 영화가될까?

이번 데드풀 시리즈는 마블에게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영화다. 아이언맨의 죽음 이후, 마블은 영웅들을 대거 교체하며 새로운 시대를 알렸지만 대차게 망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사람들은 마블 영화라는 이유로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마블 시리즈는 초기에 주었던 원초적 재미를 잃어버렸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가지를 뻗으며 배경 지식이 필요한 영화가 되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마블은 관람객을 가르치려 했다. 우매한 관람객들에게 올바름을 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수 많은 PC 사상을 넣은 영화를 만들었다. 물론 의도자체는 이해한다. 필요할 수도 있다. 그게 재미있다면 말이다. 마블은 가르침을 주고 싶었으나 재미있게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망해가는 마블 시리즈라는 세간의 평가를 직접 언급하며 나온 영화가 데드풀앤 울버린이다. 자신이 예수로서 마블을 다시 부활시킨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부활시킨다고 어디 한번 보자! 라는 자세로 영화를 보게 만든다.

여전한 데드풀, 실망시키지 않는 액션과 개그

역시는 역시다. 데드풀은 재미있었다. B급 감성과 더불어 안어울리게 멋진 액션씬은 여전했다. 기존 데드풀 시리즈가 가진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 ‘울버린’의 등장으로 액션이 더 가미되었다. 최근 마블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어색한 액션씬을 정면에서 때려부순다. 예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 높은 공방을 볼 수 있다. 두 캐릭터가 힐링팩터를 가진만큼 잔인함은 덤.
개그 씬 분량도 늘어났는데 가오갤 느낌에 가까워졌다. 첫 시작부터 ‘웃긴다!’라고 결심한듯 시종일관 드립을 던져댄다. 데드풀이 던져대는 개그는 영화 안밖과 상관없이 마구 난사하는 수준이다. 마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도 피식 거리며 웃게 만드는 개그들의 향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명이 필요한 개그는 실패한 개그다

이번 데드풀 영화는 마블에 대한 그리고 이전 시리즈에 대한 지식이 많을 수록 더 재미있다. 다른말로하자면 같은 영화를봐도 배경 지식에 따라 재미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재미있는 영화임에도 이 부분이 맘에 걸린다. 수 많은 배경 지식을 알아야 비로소 100%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게 애초에 말이 되는가.
그러다 보니 유튜브에서는 데드풀 영화를 보기 위해 알아야할 배경 지식 설명 영상이 많다. 찾아보면 X맨에 대한 이야기부터, 로키 시리즈에 대한 내용 등 양이 상당하다. 마블은 원작부터 시작하여 수 많은 시리즈가 나왔고, 거기에 더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갈수록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그 모든 시리즈를 패러디하며 개그를 하니 필요한 배경지식의 양이 많은 것이다.
흔히 개그를 할 때 설명이 필요한 개그는 실패한 개그라고 한다. 같은 장소에서 개그를 듣는 다수가 ‘공감’할 수 없는 개그이기 때문이다. 개그의 원초적 재미는 공감에 있다. ‘맞아! 나도 그런 일이 있었지~’와 같은 공감을 바탕으로 상황을 비꼬면서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데드풀의 개그는 실패한 개그다.

꼭 더 잔인해져야만 했나?

이 영화는 잔인하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고어영화를 방불케 한다. 데드풀과 울버린 자체가 힐링팩터를 가지고 있으니 수위의 제한 없이 찢고 찔린다. 거기에 더불어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도 잔인하게 죽이거나 죽는다.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가벼워서 그렇지 음산한 노래를 깔고 잔인한 장면만 모은다면 공포 영화 수준이다.
데드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기존 미국 카툰 코믹스에서 보여준던 식의 잔인함일 것이다. 카툰 네트워크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다면 어떤 느낌인지 알것이다. 문제는 데드풀은 영화라는 점이다. 카툰 네트워크에서 보여주었던 개그 섞인 잔인함을 그대로 실사화했다. 피부가 사라져 머리부터 근육이 붕괴하며 떨어지는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든 그로테스크함이었다.
물론 영화는 잔인할 수 있다. 성인 영화이니 잔인할 수 있다. 그런데 잔인함에 목적성은 있어야하지 않나 싶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잔인한 묘사들은 의미가 없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잔인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보여주고 싶으니깐 잔인하게 묘사한다.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이 계속해서 나오는 피와 장기는 사람을 꽤나 지치게 만든다. (후반부는 인체의 신비전을 방불케한다)

데드풀이 좋았던 점에서 서사를 빼고 완성시킨 영화

기존 데드풀이 좋았던 점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다른 영웅들과는 다르게 우리와 닮은 듯한 부족한 모습, 여자친구에게 잘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 그런 일반적인 모습에 영웅적인 면모와 개그가 더해져 유쾌한 B급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서사를 다 빼고 강렬한 개그와 액션 그리고 고어함만 가져온 이 영화는 재미는 있지만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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