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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_ 불친절한데 군침돌게 하는 음식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누가 그 소리를 들을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큰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났겠는가?
이 시리즈는 범죄와 얽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난 사람과 장소.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피해자들에게 매우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만 정작 사회에서는 안줏거리 정도로 소비된다. 그 누구도 공감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런 사건들. 그 사건은 실제 누군가가 겪고 삶이 무너진 사건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런 사건들에 대해 진정으로 궁금해 했을까? 사회에는 쿵 소리가 났을까?

끝없는 공회전

이 시리즈는 시동이 걸리고나서 끝 없이 공회전하는 차량 같은 느낌이다. 첫화부터 메인 사건이 진행되며 이야기가 급전개된다. 흥미를 끄는데 성공하고 나서는 공회전을 시작한다. 메인 사건은 진행되지 않고 주변 인물 이야기부터 회상까지 나오며 질질 끄는 것이다.
극적인 이야기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서사를 쌓으며 극적으로 터트릴 구간을 찾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억지로 꼬아서 만드는 기다림은 불친절할 뿐더러 짜증이난다. 사건이 해결되는 짧은 길을 준비해두고 적은 볼륨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 길 위에 온갖 장애물을 설치해둔 느낌이다. 이 시리즈가 딱 그렇다.

예고없는 회상과 환상과 현실의 혼합

이야기가 전개되며 짜증나는 점은 예고없는 시간 순 교차 편집이다. 과거와 현재가 예고도 없이 나온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는 시간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결과론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꽤나 자주 시간선을 왔다갔다하는데 이정도로 자주 옮겨갈것이라면 과거와 현재에 뚜렷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 색감을 다르게 한다거나 배경을 다르게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런것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과거와 현재를 마구 뒤섞어 놓았다.
시간선 뿐만아니라 환상과 현실도 섞어 놓았다. 현실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전후로 환상이 개입한다. 그것도 시간순의 섞음과 마찬가지로 예고없는 혼합이다.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이야기를 보면서도 환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정신이상자의 시선으로 현실을 보는게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모두가 브레이크 없이 퍼붓는 감정

이야기 전개가 되는 동안 끝없이 시간을 섞고 환상을 왔다갔다하다보니 인물들의 서사에 집중되지 않는다.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살인사건과 관련해 놓여지면서 꽤나 강한 감정을 퍼붓는데 그 감정들이 모두 급발진으로 느껴진다. 인물의 서사나 묘사가 쌓이지 않았고 사건 위주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그 인물들이 감정을 쏟아내니 청자들은 그 감정에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분위기에서 주는 괴기스러움 자체는 합격점

모든 단점을 생각안하고 ‘분위기’ 하나만 놓고 보면 수작이다. 외딴 산속 펜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인물들의 묵직한 연기 그리고 다양한 미장센을 보고 있으면 꽤나 괴기스럽다. 깔끔한 그림에서 작은 오점을 발견한 후 그림 전체가 어색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분위기가 깊어진다.
자연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며 그 현실속의 비틀림을 통해 두려움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매우 우수하다. 쉽지 않은 그 비틀림을 끝없이 보여준다. 뭔가 어색한데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운 비틀림이 가득하다. 다른 단점들과 엮여서 그 비틀림이 짜증나게 느껴지는게 아쉽다.

차라리 영화로 나왔다면 좋았을 시리즈

이 시리즈가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로 나왔으면 나았을 것 같다. 사건 자체는 그다지 볼륨이 크지 않은데, 시리즈로 편수를 늘리려고 하다보니 늘어지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가진 분위기를 그대로 사건과 속도감 있게 진행시킨다면 꽤 수작의 스릴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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