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감정, 더 깊어진 고민
전작에 비해 성장한 주인공 라일리. 그녀의 성장에 따라 고민도 깊어졌다. 사춘기 라일리를 대변하듯 수 많은 감정들이 나온다. 라일리는 새 학교에 진학하면서 프로팀에 입단해야하고, 새 친구도 사귀어야만 한다. 그에 따라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자신의 모든 걸 새롭게 정의해야만 하는 라일리의 내면엔 감정의 폭풍이 몰아친다.
우린 늘 불안하다
현대인의 고질병은 불안일 것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우린 늘 불안을 달고 산다. 내일에 대한, 경력에 대한 불안들 속에 살아간다. 영화 속 라일리도 똑같다. 하키 프로팀에 들어가서 더 성장하려다 보니 성적과 친구들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현대 사회는 인간을 불안 속에 몰아 넣는다. 현실에 안주하면 패배한다는 무의식적인 세뇌는 우리를 불안 속에 가둔다.
한국인은 특히 불안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인력만으로 성장했기에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지속적인 불안 속에서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한국인 그 자체다.
불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선사시대에는 불안한 감정이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으며, 더 높은 사냥 성공률을 만들었다. 인간은 불안하기에 더 준비하고 꼼꼼해진다. 우린 불안을 스마트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해결 안될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안감’만 느끼는 것은 스트레스만 키우는 꼴이다. 불안의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나면, 불안을 잊어야만 한다. 그 이상은 개인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불안하되 불안에 먹히지 않는 것. 그 미묘한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그조차도 나일 것이다
사람의 내면은 다양하다. 착하면서 나쁘고 친절하면서 매너없다. 하나의 모습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원하는 단 하나의 옳은 모습에 집착하다보면 삶이 힘겨워진다. 양가적인 감정을 숨기고 하나의 모습만 내비쳐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멀어진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연기를 하다보면 개인은 자신을 잊을 뿐더러 스트레스도 받는다.
행복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길은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면 된다. 부족한 모습도 결국 나 자신이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창피하고 두려워도, 자신의 내면을 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온전한 나로 인정받을 때 사람은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영화 속 라일리가 힘들었던 것은 모두가 기대하는 라일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노력도 필요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모습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성장에는 밑거름이 필요하다. 인정하기 싫은 어두운 내면이 그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어두운 내면을 잘 다지고 융합해 나로 표현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다.
심각하지 않아 가벼운 고민들
영화 감상 내내 아쉬움이 느껴졌다. 어릴 때 봤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겠다 싶었다. 사춘기 라일리의 고민이 주가 되기에, 그녀의 고민이 이해는 가도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성인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고민들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다. 친구나 진학에 대한 고민들은 ‘사춘기’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무래도 그 때는 학교란 세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가볍게 느껴지니 이야기 자체가 심심했다.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갈등을 좀 더 넣었으면 어떨까 싶었다. 전 세대에 걸쳐 교훈을 주는 애니메이션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인사이드 아웃2은 타겟팅을 잘했다라 볼 수 있다. 물론 그 타겟의 범위에 벗어나는 세대 입장에서는 재미가 반감되지만 말이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때 심각했던 고민이 나이가 들면서 아무렇지 않아 지는 것처럼, 지금 나의 고민도 그렇게 되는 것일테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고민과 갈등은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라일리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미소 짓듯이, 현재 나의 모습을 보고도 웃음 짓는 날이 오게 되길 바란다.
미스테리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웹 소설 _ 괴담호텔 탈출기
어느날 호텔에서 눈을 떠보니 각종 괴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는 노벨피아의 작품이다. 22년도에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800화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이 웹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흔히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 3대장과 판타지 무협 대체역사와 같은 메이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와 성장물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섞인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 내부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상 공간이 아닌 듯한 호텔 속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탈출하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층마다 존재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 무언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은 전전하며 그 속에 기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의 위협을 해결해 나간다. 각 방은 서로 다른 미스테리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설정도 배경도 시대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은 방을 해결해 나갈 수록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게 되고 성장해 나간다.
판타지, 무협이 아닌 미스테리 장르
‘괴담호텔 탈출기’는 메이저 장르가 아닌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웹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죄다 판에 박힌 양판소 소설(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많다. 시장 자체가 산업화 되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비슷한 내용에 살짝의 변주만 주고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순위권 웹 소설 몇개를 보고 나면 흐름이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질릴 수 밖에 없다.
양판소 소설에 비해 괴담호텔 탈출기는 꽤나 색다르다.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나 도구들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판타지나 무협에서 보던 것들과 다르다. 설화 속이나 괴담 속에서 나올 법한 능력과 도구들에 가갑다. 독특한 점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인데 불교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아서 읽다보면 어려웠던 불교 개념들이 이해가 되곤 한다.
상황과 세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나오는데 그부분도 신선하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볼법한 딜레마나 문제들이 얽혀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결말로 나와 있어서 나만의 해법을 고민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워낙 꼬인 상황들이 많아서 딱히 이렇다할 정답도 없는 경우가 많다.
괴담호텔 탈출기 _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를 잘 살린 웹 소설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