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된 후부터 들리는 속마음
졸지에 방화범이 된 수지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가는 추리극
대학로 연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코미디 추리물이다. 여자 주인공 수지에 얽힌 사건을 풀어가며 극이 진행된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수지네는 가진게 집 밖에 없는 가난한 집안이다. 그런 수지네 집은 마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수지 엄마. 그러던 중 의문의 화재가 발생하고 범인으로 수지가 지목된다.
증거가 없어서 옥살이를 하게 된 수지. 10년 후 출소하여 마을로 돌아오는데 마을은 모두 재개발로 변해있다. 그녀는 원래 집이 있던 곳이 편의점으로 변해버린 것에 망연자실한다. 편의점에서 울던 그녀는 알바자리를 제의받고. 편의점 알바로 일하게 된다. 편의점 알바로 생활하던 도중 같이 일하던 남자 민준이 감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감전사고를 마음을 읽게 된 민준은 수지의 진실을 알게된다.
연극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 코미디 쇼
코미디를 덕지 덕지 붙였다
극이 진행되면서 중간 중간 코미디가 나온다. 아니 코미디 쇼가 나온다. 코미디가 아닌 쇼인 이유는 서사와 상관없이 그저 웃기기 위해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쌍팔년도 봉숭아 학당을 보는 기분이다. 거기다 개그콘서트에서 유행어 밀듯이 대사도 반복적으로 치는게 있는데 이건 더 심하다. 오늘이 몇년도인지 확인하게 될 정도의 개그다.
연극, 아니 코미디 쇼를 보면서 개그콘서트가 왜 망했는지를 생각하게 해줬다. 시대에 맞지 않는 개그, 반복되는 개그들로 웃음기를 사라져버리게 하여 사라졌던가. 이 연극이라 부르고 코미디 쇼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그랬다.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면서 각종 상황들로 웃음을 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신들도 민망한 개그
개그를 하면서 꽤나 여러가지 쇼를 한다. 그 중 애교를 부리거나 틱톡 춤을 추기도 하는데 자신들도 상당히 민망해 한다. 민망해 하는것 까지를 연기라고 치고, 그 민망함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의도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는 연기자가 그렇게 민망해하면서 머뭇거리고 웃음참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집중을 확 깬다. 연극 관람객이 아닌 코미디 방청객이 되는 것이다.
감정의 전달은 소리를 지르는게 아니다
감정을 전달하는 곳에서는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크게 지른다고 화나 보일까? 소리를 더 크게 운다고 더 슬퍼보일까? 그렇지 않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몸짓, 표정, 말투 등 다양한 곳에서 드러난다. 연극은 매우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감정이 더 잘 전달된다. 연기자가 밀접하게 소통하며 관객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극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그 감정 전달이 한참 잘못되었다. 일단 소리를 지르고 본다. 화가 나도, 울어도, 기뻐도 일단 소리를 지른다. 그에 따른 연기가 없으니 그저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까운 극장에서도 소리 지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게 안타까웠다.
반면 대사가 안들리기도 한다
말 그대로 대사가 안들린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건지, 목 상태가 좋지 않은건지 대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연극은 영화처럼 자막이 있지 않다. 대사로 관객들에게 전달해야한다. 그런데 대사의 반절이 안들리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답답했다. 소리를 거의 머금고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것을 보여주려는 건 좋으나…
다양한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 자체는 좋다
정말 다양한 것을 보여준다. 코미디, 추리극, 공포 등 꽤나 여러가지를 보여준다. 캐릭터도 다양하고 상황도 다양하다. 별 생각 없이 본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이왕 돈내고 온거 종합 장기자랑 본다고 생각하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몇몇 가족단위 관람객도 보였다.
다양함이 있더라도 각각의 퀄리티는 지키는게 어떨까?
다양함과 퀄리티가 공존하려면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경써야할 부분도 많다. 그런데 많은 걸 보여주려 하면서 퀄리티를 놓는 순간 그건 연극의 유기와 마찬가지로 변한다. 재미와 몰입도에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재미있으려고 노력해야한다. 직접 찾아서 재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미스테리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린 웹 소설 _ 괴담호텔 탈출기
어느날 호텔에서 눈을 떠보니 각종 괴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웹 소설 ‘괴담호텔 탈출기’는 노벨피아의 작품이다. 22년도에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도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800화가 넘는 분량을 자랑한다. 이 웹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흔히 ‘회.빙.환’이라 불리는 회귀 빙의 환생 3대장과 판타지 무협 대체역사와 같은 메이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괴담호텔 탈출기’는 독특하게도 미스테리와 성장물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섞인 작품이다.
현대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 내부에서 눈을 뜨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세상 공간이 아닌 듯한 호텔 속에는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탈출하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층마다 존재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 무언가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은 전전하며 그 속에 기이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의 위협을 해결해 나간다. 각 방은 서로 다른 미스테리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설정도 배경도 시대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은 방을 해결해 나갈 수록 새로운 능력과 도구를 얻게 되고 성장해 나간다.
판타지, 무협이 아닌 미스테리 장르
‘괴담호텔 탈출기’는 메이저 장르가 아닌 것만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다양한 웹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죄다 판에 박힌 양판소 소설(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많다. 시장 자체가 산업화 되면서,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비슷한 내용에 살짝의 변주만 주고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할지 몰라도 순위권 웹 소설 몇개를 보고 나면 흐름이나 구성이 익숙해지면서 질릴 수 밖에 없다.
양판소 소설에 비해 괴담호텔 탈출기는 꽤나 색다르다. 미스테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나 도구들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판타지나 무협에서 보던 것들과 다르다. 설화 속이나 괴담 속에서 나올 법한 능력과 도구들에 가갑다. 독특한 점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담았다는 것인데 불교의 교리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아서 읽다보면 어려웠던 불교 개념들이 이해가 되곤 한다.
상황과 세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나오는데 그부분도 신선하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고민해볼법한 딜레마나 문제들이 얽혀 제시된다. 주인공 일행은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다른 해법에 대해서도 열린결말로 나와 있어서 나만의 해법을 고민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물론 워낙 꼬인 상황들이 많아서 딱히 이렇다할 정답도 없는 경우가 많다.
괴담호텔 탈출기 _ 미스테리가 주는 흥미를 잘 살린 웹 소설
2024/09/25